재활용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진짜 행방: 분리수거 후 어디로 갈까?

note2025-1 2025. 6. 26. 06:00

 

재활용을 기다리는 플라스틱 병들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 컵, 포장된 식품 용기, 택배 박스에 감싸진 완충재까지. 그런데 이처럼 편리한 플라스틱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플라스틱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가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은 모두 재활용되고 있을까요?


플라스틱, 정말 재활용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분리수거를 하면 그것이 곧바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변해 새 제품에 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소 다릅니다. 한국환경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약 34% 내외로 추정됩니다. 즉,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중 절반 이상은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오염’입니다. 음식물이 묻어 있거나 기름기가 많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 중에는 다양한 재질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품은 재활용 설비로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폐기됩니다. 특히 검은색 플라스틱은 센서가 인식하기 어려워 선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재활용 마크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리수거 후의 첫 여정: 선별장으로

우리가 집에서 분리한 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정된 요일에 맞춰 재활용 수거 차량이 플라스틱을 수거해 갑니다. 이후 이 플라스틱들은 재활용 선별장으로 옮겨집니다. 선별장은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나누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선별 과정에서는 보통 기계와 인력이 함께 동원됩니다. PET(페트병), PP(플라스틱 뚜껑), HDPE(세제 용기) 등 다양한 재활용 플라스틱이 성분과 모양에 따라 분류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거나, 재질을 알 수 없는 제품은 아쉽게도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특히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은 분리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섞여 있으면 재활용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까지 시행되고 있죠.


두 번째 여정: 세척, 파쇄, 재가공

선별을 마친 플라스틱은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져 본격적인 재가공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공정은 ‘세척’입니다. 플라스틱에 묻은 음식물 찌꺼기, 기름, 라벨 등을 제거해야 이후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세척을 마친 플라스틱은 ‘파쇄’ 과정을 통해 잘게 부서집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조각은 **플레이크(Flake)**라고 불리며, 일부는 이 상태로도 재활용됩니다. 이후 열을 가해 녹인 뒤, 작고 둥근 형태로 만든 **펠릿(Pellet)**으로 가공됩니다. 이 펠릿이 바로 다양한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투명한 페트병은 재생 섬유로 활용되어 의류, 가방, 카펫 등으로 만들어지고, HDPE 용기는 파이프나 플라스틱 박스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재활용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생명을 얻는 셈입니다.


해외 수출: 플라스틱의 또 다른 길

한동안 한국은 처리하지 못한 플라스틱을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해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까지는 중국이 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최대 수입국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중국 정부가 '국내 환경 보호'를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그 여파로 한국 내 재활용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거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국은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 중심으로 수출 방향을 전환했으며, 동시에 국내 재활용 시설 개선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과잉 생산과 소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재활용 플라스틱의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올바른 분리배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올바른 플라스틱 분리배출 수칙 :

  • 내용물은 깨끗이 비우고 물로 헹군 후 배출
  • PET병은 라벨 제거, 뚜껑 분리
  • 재질 혼합 제품(예: 종이컵에 플라스틱 코팅)은 일반 쓰레기
  • 검은색 플라스틱은 가급적 사용 자제

이런 습관을 생활화하면,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실제로 재활용 플라스틱이 되어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 : 재활용보다 중요한 건 '덜 쓰는 것'

재활용은 분명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해도, 플라스틱 소비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깨끗이 분리수거해,
  •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을 쓰는 것만큼, 잘 버리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오늘 분리배출하는 그 플라스틱 하나가 미래의 자원이 될 수도,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