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공유하는 동네 커뮤니티 만들기 프로젝트

note2025-1 2025. 7. 3. 18:00

잔디밭을 배경으로 ZERO WASTE가 써져 있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화면

서론 – 제로웨이스트 공유 커뮤니티의 시작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혼자보다 함께할 때 훨씬 더 효과적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작고 단순한 실천을 통해 체감하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지향하며 내가 처음 부딪혔던 장벽은 ‘아깝지만 쓸모없는 물건’의 처리 문제였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자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 주변 이웃들과 힘을 합쳐 물건을 서로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제로웨이스트 공유 커뮤니티’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나누며, 나와 이웃들이 함께 만든 지속 가능한 순환의 공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진솔하게 소개하려 한다.


1.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사람들은 물건을 버릴 때, 그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어떤 물건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은 ‘그 물건의 다음 사용자를 찾지 못했을 때’이다.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떠올린 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내 책장 한쪽에는 한번도 쓰지 않은 유리병과 밀폐용기가 수십 개씩 쌓여 있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일부러 구매했던 것들이었지만,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쓰지 않게 되었다. 버리기엔 아깝고, 팔기도 애매한 이 애물단지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동네에 나처럼 이런 물건을 가진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2. 아이디어를 공유할 사람 찾기 – 동네 작은 커뮤니티부터 시작

나는 먼저 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엄마들, 매일 마주치는 편의점 사장님, 자전거로 퇴근하는 청년까지.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혹시 집에 남는 유리병, 장바구니, 텀블러 같은 거 있으세요?”

예상보다 많은 이웃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그걸 함께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나는 커뮤니티 앱에 ‘제로웨이스트 물건 공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게시글을 올렸다. 조건은 간단했다.

  • 사용 가능한 상태의 제로웨이스트 관련 물건
  • 무료로 기부 또는 교환 가능
  • 주 1회 오프라인 수거 및 배포

첫 게시글이 올라가고 나서 이틀 만에 1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 작은 시작이 커다란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3. 공유 시스템 설계 –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물건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기록이 남아야 한다
    • 기부자가 무엇을 내놓았고, 수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기록지 또는 구글 폼을 사용했다.
    • 공유된 물건의 상태와 사진을 함께 기록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했다.
  2. 상호 존중 기반의 운영
    • 무료라서 대충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환경 실천을 응원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작동하게 했다.
    • 물건 수령 시 감사 인사를 나누도록 유도했고, 포스트잇 메모를 함께 동봉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3. 오프라인 수거 장소는 중립 공간으로
    • 내가 사는 동네 커뮤니티 센터의 협조를 받아 작은 책장을 공유 공간으로 만들었다.
    • 누구든 물건을 놓고,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공유 선반’이 생겼다.

이 모든 시스템을 아주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었다. 그래야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절차를 싫어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활동은 반드시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4. 공유 가능한 물건 리스트 – 예상외의 인기 품목들

초기에는 유리병, 에코백, 장바구니 정도만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물건들이 공유되었다.

  • 반쯤 남은 친환경 세제
  •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샘플
  • 실패한 제로웨이스트 실천템 (예: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등)
  • 중고 천가방
  • 직조용 헝겊 조각
  • 일회용 줄이기 실천 가이드북
  • 남는 씨앗과 화분

이러한 물건들은 실제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원이 되었다. 경험자들은 자신의 실패담과 함께 물건을 기부하면서,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과 정보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5. 작은 성공, 큰 변화 – 커뮤니티가 바뀌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에 인사만 하던 이웃들이 서로 이름을 알게 되었고, 공유 선반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떤 이웃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작은 물건 하나로도 이웃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또 다른 참여자는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용 텀블러를 기부하면서, 자신이 겪은 캠핑 제로웨이스트 실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이야기들은 게시판에 짧은 후기 형식으로 정리되었고, 그 후기는 새로운 참여자를 유입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6. 현실적인 문제와 그 해결 과정

물론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몇 가지 문제도 마주쳤다.

  • 일부 사람들은 물건을 무작정 가져가고, 감사 인사도 하지 않았다.
    → 해결: 참여 시 커뮤니티 약속을 공지하고, 공유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선반 위에 붙여 두었다.
  • 물건이 너무 많아지고 정리가 안 되었다.
    → 해결: 매주 금요일마다 자원봉사자를 모아 정리 시간을 운영했다.
  • 불량 물건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 해결: 사전 검토 후 선반에 올리는 절차를 도입했다. 기준은 명확하게, 운영은 부드럽게.

이런 문제들은 사람들과 함께 조율해가며 해결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가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자세였다.


7. 제로웨이스트를 넘어, 관계와 순환의 시작

물건을 공유하는 일은 단순한 자원 재순환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생기고, 공감이 자란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단지 환경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요즘도 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커뮤니티 선반을 정리하고,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간단한 후기와 사용법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늘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이 남는다. 어떤 물건은 며칠 안에 사라지고, 어떤 물건은 누군가에게 다시 전달된다. 이런 흐름은 마치 작은 생태계 같다.


결론 – “작은 물건 하나가, 동네를 바꾼다”

처음에는 단지 내 유리병 몇 개를 처리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시작은 나와 이웃들을 연결하고, 우리가 사는 마을을 조금 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런 걸로 뭐가 달라지겠어?”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작은 차이가, 결국에는 세상을 바꾼다.”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실천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물건을 나누며, 마음도 함께 나누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 작은 커뮤니티가 더 많은 이웃에게 전파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